사고루 기담
沙高樓綺譚
Dyhalt
| 필자는 어떤 작가가 쓴 책인지는 따지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해, 작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오로지 저작물의 정도(精度) 뿐이다. 이 책 '사고루 기담'의 저자인 아사다 지로는 상당히 유명한 작가인 듯 했지만, 필자에게는 중요치 않은 문제였다. 옛이야기, 우화 등을 좋아하는 필자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책이 바로 이 '사고루기담'이었다. 사고루 기담은 꽤 인기가 있었던지, 속편도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은 또 다른 얘기고, 여기서는 이 사고루 기담만을 다루기로 한다. 도검 전시회에서 우연히 만난 옛 지인의 안내로 작중 화자는 '사고루'라는 클럽을 알게 된다. 그 클럽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사들이 모여, 공개하기 어려운 비밀 얘기들을 털어놓는 사교회 같은 곳이었다. 작중 화자는 이 곳에서 총 5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것이 이 사고루 기담의 줄거리이다. 소개되는 이야기는 대장장이, 실전화, 엑스트라 신베에, 백 년의 정원, 비 오는 날 밤의 자객의 5편이다. 도입부의 이야기인 대장장이는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다. 도검 감정가를 그만둔 작중 화자가 도검 전시회에서 옛 지인을 만나면서 도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야기로, 필자는 검도를 배우고 있고, 카타나에 대한 관심이 있어 특히 흥미롭게 읽었다. 일본 도검 장인들에 대한 섬세한 작가의 묘사가 특히 뛰어났으며, 진정한 작품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예술가들의 열정은 직종과 문화에 관계 없이 일통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실전화(종이 컵을 실로 연결한)는 아름다우면서도 애절하고, 그리고 무서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의사가 어렸을 적의 소꿉친구인 여성과 오랜 세월에 걸친 기이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 속에서 직접적인 결론은 내려주고 있지 않지만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는 애절함이 과연 뛰어난 작가의 글임을 알게 해주었다. 세 번째 이야기인 엑스트라 신베에 이야기는 '사고루 기담'에 실린 이야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 였다. 카메라맨으로써 일생을 보낸 '카와마타 노부오'가 일본의 도쿠카와 바쿠후 말기, 혼돈의 시대를 그린 영화를 촬영하면서 겪은 기이한 이야기로, 영화를 찍던 어느날, 한 허름한 무사 차림의 엑스트라가 촬영에 늦는다. 그로 인해 우연히 그에게 주목한 카와마타 옹. 허름한 옷차림에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고어체의 말투를 구사하는 엑스트라. 카와마타 옹은 그 또한 자신 처럼 전쟁을 경험한 배우로써, 한낱 엑스트라 역에도 정성을 다하는 그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며 그와 함께 영화를 찍어 간다. 예정에 없던 엑스트라 다치바나 신베에. 진짜 무사와 같은 강직함과 나라를 생각하는 열정을 보여주는 그의 열연에 모두가 감동하고, 대본이 아닌 모두가 홀린 듯이 연기를 하게 된다. 영화는 하일라이트 촬영에 들어가고, 그가 다시 대본에도 없던 대사를 외치며 신센구미의 이사무와 대결을 하다 이사무에게 베여 고꾸라진다.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신베의 리얼함 속에 '컷'이 외쳐지고, 그는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카와마타 옹의 부축을 받는다. 심한 부상을 입은 그는 옹의 부축을 받으며 촬영 장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는 반드시 혁명은 성공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영화 속의 실제 인물인양 말하며 어둠속으로 홀연히 모습을 감추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향해 그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옹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그가 정말 연기자였던 건지, 아니면 미지의 존재 였던 것인지 작가는 결론을 독자에게 맡기며 신베에의 이야기는 끝이난다. 잿더미가 된 종전 후의 일본. 그곳에서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열정과, 곤궁함 속에서도 나라를 위한 일념으로 힘껏 살아가려는 신베에의 애절함 나의 마음을 울렸다. 나머지 두 이야기는 앞선 세 이야기에 비하면 그다지 빛나지 못하는 평범한 것이었으나, 그래도 보통 이상은 가는 이야기였다.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사랑한다면, 잃어버린 황금 시대를 추억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